돌아보면 실속 없었던 한해다.

목표한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쫒기며 살았던 한해다.

매년 한 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하겠다는 계획은 2년째 물거품이 되었다.

2010년에는 정말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고 치더라도

2011년은 둘러 댈 핑계가 없다.

올해 적어도 2개의 저서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0년에 내지 못했던 책까지...

물론 내년에는 두 권이 나오겠지.

하지만 그렇게 정진했던 책이 과연 내가 꿈꾸던 작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2012년에는 내가 꿈꾸고, 내가 행복할 수 있고, 내가 기특하게 여길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실속 없는 한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또 있다.

경제적으로도 많이 부실한 해였다.

예년의 절반 수준.

2009년과 2010년 제법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을 줄이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 많이 줄었다.

일부러 그만둔 일도 있고 자연스럽게 끝난 일도 있다.

일이 줄어들 때마다 기쁘기도 했다.

늘어난 시간 동안 다른 일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줄었고, 늘어난 시간에 다른 일도 하지 않았다.

수입이 줄었어도 늘어난 시간을 이용해서 의미 있는 일을 했다면 만족스러웠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여행을 대비해서 마련해 두었던 자금은 이제 제로가 되었다.

1년 생활비로 모두 탕진한 것이다.

수입이 줄었으면 지출도 줄여야 했지만 지출은 절대 줄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새해부터 곧바로 긴축정책이다.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나로서는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곧바로 신용불량자가 될 확률이 높다.

현찰을 쓴다면 돈 없으면 굶고 말겠지만 카드는 외상이 아닌가.



2012년 목표 중에 하나가 [6개월 동안 일하지 않기]였는데, 이미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다.

그 목표는 2011년으로 들어오면서 매우 간절했던 목표였다.

어쩌면 2012년은 [올해의 두배로 일하기]가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11년을 알차게 보냈다면 6개월 동안 일도 안 하면서 올해의 수입도 유지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작가로서도 철저히 자신을 돌아봐야 할 해였다.

이렇다 할 작업을 해보지 못했다.

솔직히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작가는 아니다.

청빈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포기했다.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작업만큼은 늘 욕심이 있다.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글.

그러나 2011년은 마치 커다란 구멍이 난 해 같다.

도대체 뭘 한 거지?

2010년에서 곧바로 2012년을 맞이하는 느낌.

뭔가에 쫒기기는 했지만 결과는 없었던 한 해.



그래도 2010년과 2011년의 소득이라면 '여행작가학교'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정확히 표현하자면 '꿈을 가진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이다.

내가 그들에게 애착을 가졌던 이유는 지금의 나 때문이 아니다.

현재의 여행작가로서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것을 전해줄 수 있겠는가.

나 강의는 불과 한 번.

딱 1시간 30분이다.

현장실습과 글쓰기 품평을 합쳐도 세 번이다.

그 세 번의 만남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는 시간이다.



내가 그들에게 애착을 가졌던 이유는 나의 과거 때문이다.

꿈을 꾸고 있었지만 숨겨야 했던 과거.

그 꿈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믿었던 과거.

혹시 수강생 중에 누군가 꿈을 포기하거나 꿈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는 염려.

그 누구도 절대 꿈을 포기하는 슬픈 일은 없어야 한다는 믿음.

그래서 희망을 주고, 확신을 주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내가 했던 역할은 거의 없다.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나와 다른 시대다.

당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용기와 믿음이었다.

나도 꿈을 꿀 자격이 있고 이룰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것.

시대는 변했고 수강생 대부분은 작가가 아니어도 이미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적합한 것은 겸업이다.

하지만 겸엽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한 가지 일 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여행작가학교를 통해 꿈을 이룬 사람은 아직 없는 듯 하다.

단행본을 출간한 사람도 있지만 그는 이미 블로그를 통해 데이터를 형성해 놓았던 경우다.



나는 누군가 나를 감동시킬 결과물을 만들어 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내 마음을 흔들어, 차마 마지막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해주길 바란다.

그런 작업을 누군가 해준다면,

나는 단 둘이 술잔을 앞에 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설픈 칭찬보다 묵묵히 그의 어깨를 안아 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 테니까.

그런 날이 오면 나는 그를 동료가 아니라 뿌리 없이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주는 멘토로 여길 것이다.

멀리서 등만 보아도 힘이 되는 사람.



내가 여행작가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그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포기하지 말도록 용기를 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서 보고 싶었던 것은 '재능'이 아니라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몇 개의 꿈을 보았을까.

몇 개의 간절함을 발견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 역시 나의 책임일 수도 있다.

나의 주의가 부족했거나 내가 그들의 마음을 열어놓을 상대가 되지 못했거나.



이제 자책은 그만하자.

2012년이 오지 않는가.

뱃살도 빼고 오만과 허영도 빼자.

몸을 낮추고 세상을 보자.

어설픈 충고보다 내 안의 간절함을 먼저 키우자.



안녕 2011!

안녕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