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거의 1년 전부터 NA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엘지 광고 덕분에 흔히 넷하드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출장 가서 곧바로 촬영한 파일 올릴 수 있고,

어디서든 인터넷만 되면 자료도 다운 받을 수 있고요.

예전처럼 외장하드 들고 다닐 일도 없고, USB 메모리에 뭔가 저장해서 다닐 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대용량 하드를 사용하다 보니, 여러 개의 하드에 분리되었던 데이터도 한 곳에 모을 수 있었고요.

사용하면서는 외장하드보다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외장하드는 어차피 USB에 연결해야 하니 불안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NAS는 공유기에 연결하면서도 메인 컴퓨터에서는 외장하드와 동일하게 사용이 가능하거든요.

NAS를 사용하고 아직 해외여행은 가지 않았지만 해외 장기 여행 때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근데 제가 1월 1일부로 을지로 사무실 출근을 접고 집에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출퇴근 시간과 경비 지출이 많이 버겁더라고요.

집에서 작업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아서 출근한 건데,

거기도 익숙하다 보니 긴장감도 떨어지더라고요.



근무 공간을 이전하면서 당연히 NAS도 이전했습니다.

근데 제가 이걸 설치할 줄 모르거든요.

처음 설치할 때도 헤매다가 AS센터 통해 원격조정으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는 분들은 몇 분 안에 해결할 일인데, 저는 몰라서...ㅠㅠ



그게 문제였습니다.

몰랐다는 거. 그래서 처음 설치할 때처럼 시도했습니다.

근데 처음 설치하는 방법을 실행하면 포맷 과정이 있더군요.

저는 당연히 몰랐죠.

초반은 별 거 없으니 계속 '다음' '다음'을 눌렀는데...

덜컥 포맷이 되고 있다는 창이 뜨는 순간... 패닉이었습니다.

급하게 취소를 눌렀지만 먹통이 되고, 선을 뽑아버릴까 당황하는 사이 100% 포맷 완료되었다는 창이 다시 떴습니다.



정말 패닉 그 자체였습니다.

자료 자료고, 당장 마감해야 하는 원고도 문제고, 계약해 놓은 프로젝트도 문제고...

여기저기 문의해 보니 평소 사용하는 하드 포멧보다 심각하다고 하더군요.
잘은 모르겠는데 레이드, 미러링 기능들이 있는데,
그런 것이 영향을 미치는 모양입니다.
더욱이 이전에는 미러링 기능을 사용하던 것을 실수로 레이드 기능을 누르고 '다음'을 클릭하는 바람에 더 복잡.-.-

(뭐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더군요.)


복구되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가장 코앞에 닥친 일이 성남 프로젝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업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작가로서 작업한 결과물과 취재 데이터가 100% 그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나스를 사용하기 전의 데이터는 예전에 사용하던 외장하드에 보관되어 있지만 예전 데이터들입니다.
1년 전의 데이터들이죠.


복구가 될 것인지,
되어도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한 복구 업체에 맡겼습니다.

처음 찾아간 곳은 무려 88만원 견적을 받았습니다.

기간은 2~3일 소요.

24시간 복구는 50% 추가.

돈도 돈이지만 전화상담과는 달리 카운터 아가씨가 맡기고 가라는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당장 피가 마르는 사람에게 복구 가능성이나 기사와의 상담은 해보지도 못하고 맡기고 가라니... 불안하고 답답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가장 큰 복구 업체 중 하나라는 '명정보'였습니다.

전화 상담 때는 남자 직원이(기사로 여겨짐) 매우 친절하고 위로되는 말도 해주었는데...-.-;;



다시 인터넷 검색해서 연락한 곳은 50만원 이하 견적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에는 30만원 되어 있더만 그건 nas가 아니라 뭐라나... 아무튼 일단 명정보보다 저렴했고

무엇보다 당장 오늘 저녁에 결과가 나온다는 말에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상담 후 오늘이 아니라 다음날 저녁이 되어야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역시 사기성(?) 상담이었습니다.

견적은 결국 40만원에 합의.

근데 여기도 계약 직전까지 상담 때는 매우 친절하고 위로되는 말을 해주더니,

계약 후부터 바로 돌변하더군요.

이튿날 저녁에도 제가 전화를 했고 또 하루 미루더군요.

그래서 안 된다고 우겼더니, 사무실에 전화해 보겠다고...

결국 전화받은 사람은 사무실에 근무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던거죠.

다시 전화 와서 한다는 소리가 '다 되었다고 하네요. 사무실에서 찾아가세요."-.-;;

확인도 안 하고 다음날로 하루 더 미루려던 심보.

상담 때와는 달리 급한 사람 마음 제대로 헤아려 주지도 않는 상술.



아무튼 며칠 동안 피가 말랐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폴더가 복구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파일도 그렇지만 폴더 복구는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는 일이니까요.

1.6테라의 데이터를 업체에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단 폴더들이 보이고 그 안에 파일들이 있는 것으로 만족.

물론 전혀 모르는 폴더들도 여럿 생성되었더군요.



그렇게 지옥에서 살아돌아왔습니다.

지금 복구된 하드로 이틀째 작업하고 있습니다.

나스는 아직 설치도 못하고 있고요.



근데 사용 할수록 보이지 않는 파일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파일들.ㅠㅠ

어디 엉뚱한 폴더에 들어가 있을까, 찾아도 보고 파일명 검색도 해보았지만 없네요.

여러 파일들이 엉뚱한 폴더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거기에 희망을 걸었는데... 없습니다.ㅠㅠ

그리고 파일이름이 전혀 엉뚱한 파일 이름으로 바뀐 것도 여럿입니다.

포맷 후 복구 경험이 없어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자기도 포맷 후 20만원이나 주고 복구했는데

하도 엉망진창이라 결국은 포기하고 다 버렸다고.

그에 비하면 저는 양호하다고 생각해야겠죠.  



NAS를 너무 맹신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러링 기능을 믿고 따로 백업본을 만들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위험한 판단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분명 NAS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여기저기 떠돌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요.

하지만 백업은 철저히 해두지 않으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미러링도 다 소용 없습니다.

그건 하드 하나가 물리적으로 손상을 입었을 때나 필요한 것이지,

이번처럼 포맷을 하거나 삭제했을 때는 도움도 되지 않는 기능입니다.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결국 시간 벌이고 돈도 날아갔습니다.

40만원이면 그토록 사고 싶었던 브랙야크 다운점퍼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50% 할인하던 35만원짜리 다운점퍼가 눈에 어른 거립니다.



비교적 일이 잘 해결되어서 이런 글도 씁니다.

해결되지 전까지, 복구가 확인되기 전까지 죽다 살아났습니다.

솔직히 복구되지 않으면 작업을 포기해야 되는 일도 있었거든요.

그냥 포기하고 끝날 일이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제가 포기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닥칠 프로젝트였습니다.



여러분!

함부로 '다음' 누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