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아쉬운 한라산 설경입니다.
고생도 엄청했습니다.
날씨도 엄청 안 좋았습니다.ㅠㅠ

어리목으로 올라가서 영실로 내려왔습니다.
아이젠도 없이 갔습니다.
영실을 내려올 때는 엉덩이로 내려왔습니다.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힘들고 무서웠습니다.

제 릿지화는 바위에서는 쩍쩍 달라붙어도 눈밭에서는 고무신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네발짜리 아이젠 키신 분도 엉덩이로 내려왔는데, 저는 오죽했겠습니까.
남들은 재미있게 내려오려고 엉덩이로 눈썰매 탔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도저히 걸어서 내려올 수가 없었습니다.
걷기는요.
쪼그리고 앉아서 엉금엉금 내려오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1미터도 못가서 꽈당, 또 꽈당.
결국 비닐도 없는데, 그냥 바지 하나 버린다는 생각으로 엉덩이로 내려왔습니다.
그 가파른 영실 계단은 모두 없어지고 급경사 빙판만 있었습니다.
속도가 주체가 안 되어서 발바닥과 손을 이용해 어떻게든 브레이크도 밟고 무엇이든 잡아야 했습니다.
카메라도 LCD가 박살났습니다.-.-

뭐 말로 설명해도 믿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며칠 지나고 보니 저도 그게 저에게 벌어졌던 일인지 의심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