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철인3종 경기에 입문한 것이 2003년 11월이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 그 어느 것 하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철인3종 경기를 목적으로 수영장을 등록했다. 그리고 겨울에 헬스장 트레드밀을 뛰기 시작했고 2004년 3월 7일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에 출전하여 1시간 55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사이클은 2004년 3월에 구입하였으며 그렇게 얇은 타이어의 자전거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렇게 몇 달의 준비 과정이 있은 후 2004년 5월에 첫 철인3종 경기에 출전을 했다. 철인3종이라고는 하지만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 코스로 이루어진 짧은 코스였다.  

철인3종 경기의 시즌은 5월부터 10월까지 딱 6개월이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영 때문에 그 이외의 기간에는 대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비시즌에 해당하는 6개월 동안 열심히 훈련하는 동호인들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봄이 되어서야 훈련을 시작하는 동호인들도 적지 않다. 프로 선수가 아닌 동호인들에게 동계훈련은 오로지 선택사항이다. 기필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록이 자신의 밥줄을 좌우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등산을 가거나 골프를 치거나 혹은 사진을 찍으러 다니거나 주말에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철인3종 경기 역시 취미 생활과 여가 생활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나는 참 난처하다. '그 운동 언제까지 계속할 거죠?' 하기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입문하기 전에는 '살면서 한번 정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라톤 풀코스까지도 일생에서 딱 한번 완주하고 때려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운동은 세 가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빼앗길 정도로 바쁜 운동이다. 그래서 같은 취미 생활이라고 해도 어지간한 노력 없이는 즐기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결국 여느 취미 생활과 같다고는 해도 차이가 있다면 바로 도전 정신일 것이다.

그러나 그 도전 정신 역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 사실이다. 간혹 도전 정신은 미친 짓 혹은 객기로 여겨질 소지가 다분하며 그래서 격려를 받기도 하지만 싸늘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수영 3.8km와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로 이루어진 철인3종 경기 아이언맨 코스를 완주하는 것도 도전 정신이 없으면 힘든 일일 것이다. 거기에 작년 말과 올해 초 출전했던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10km 수영 대회 역시 모두 도전 정신이 밑바탕이 되었던 일들이다.

이런 도전 정신의 특징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선다는 것이다. 2006년 나 역시 새로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직은 생소한 신생 대회에 불과하지만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로 이루어진 철인3종 경기는 이 대회에서 경기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챌린지컵! 이 대회는 1년에 걸쳐 4차전으로 치루어지는 대회다. 1차전은 24시간 동안 누가 가장 많이 달리는지를 겨루는 '24시간 마라톤'이며 2차전이 바로 앞서 말한 철인3종 경기, 3차전은 '100km 아웃리거 카누'이며 4차전은 '100km 스키 크로스컨트리'다. 각 대회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에 열리며 이 네 개의 대회를 합산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다. 그러나 나는 아웃리거 카누라는 것은 생전 보지도 못한 물건이고 스키는 약 10년 전에 3-4년 정도 타 본 경험이 전부이다.

이 대회는 작년에 처음 개최되어 올해가 2회째다. 작년의 참가 인원은 9명이었고 최종 4차전까지 남은 사람은 단 1명이었다. 모두들 중도에 경기를 포기한 상태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우승자가 된 것이다. 우승자는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의 스물아홉 젊은이였다. 그의 기록을 살펴보면 24시간 마라톤은 155.3km, 철인3종 경기는 13시간 17분, 아웃리거 카누는 무려 24시간에 가까운 23시간 54분,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답게 그가 가장 자신있다고 말한 100km 스키 크로스컨트리는 11시간 09분이 걸렸다. 그는 지금 경찰특공대 특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자정이 바로 춘분이다. 오늘 밤 12시에 출발 신호가 울리면 24시간 동안 달리기가 시작될 것이다. 경기는 한강 둔치에서 이루어진다. 피곤함과 졸음, 지루함과 고독과 싸워야 할 것이고 근육의 부하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과연 나는 몇 키로를 달릴 수 있을 것인가. 경험이 없으니 예상 기록 산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객관적으로 나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유했던 것으로 보이는 작년 우승자의 기록이 155.3km. 나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어디 한번 해보자'는 막연한 근성으로 작년 기록을 깨고 싶을 뿐이다.    

작년에 9명의 출전 선수가 있었지만 올해는 4명의 출전 선수가 전부다. 이 중에 몇 명이 마지막 4차전까지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 역시도 24시간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까지는 해보겠지만 작년 우승자가 24시간 동안 추위와 외로움은 물론이고 어두운 바다에서 파도와 공포심과 싸워야 했던 아웃리거 카누와 그가 가장 자신있어 했음에도 11시간이 넘게 걸린 100km 스키 크로스컨트리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아무 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오늘 저녁 자정에 출발하는 24시간 마라톤만 신경 쓰고 싶다. 밤을 지새우고 새벽이 밝아오고, 다시 하루가 가고 날이 저물어 결국 다시 자정이 되면 경기는 끝날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생각들을 하겠지. 그 소중한 시간들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설령 휴대폰을 휴대하고 뛰더라도 전원은 꺼둘 생각이다.

2006년 3월 21일의 24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하루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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