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기준으로 서쪽(양천, 강서, 영등포, 구로 등) 지역이 트라이애슬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훈련 공간의 사각지대라고 생각했었다. 동호인들이 찾는 사이클샵들도 모두 강남과 서울의 동쪽에 몰려 있으며 따라서 대부분의 훈련이 서울의 동쪽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몸 담고 있는 클럽이 더욱 두드러진 특성인지도 모르겠지만 심지어 회원들의 분포들도 강남과 동쪽에 밀집해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맹자의 어머니의 교훈을 따라서 트라이애슬론을 열심히 하려면 강남이니 동쪽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그런 생각은 버려야 될 상황이 되었다. 오늘 아주 기막힌 야산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위한 산이 주변에 없는 것이 무척 답답했는데 오늘 강동의 '일자산'이 부럽지 않은 장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물론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노력으로 찾아낸 곳이기에 마치 없던 장소를 만들어 내거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을 내가 발견해 낸 기분과 다르지 않다.

엠티비를 즐기는 후배 녀석이 여기서 멀지 않은 야산에서 엠티비를 가끔씩 탄다고 했고 약간의 '뻥'이 포함되었겠지만 산을 타고 인천까지도 갈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작년이었는데 그렇게 귀담아 듣지 않고 넘어갔었다. 그러나 런 훈련 양이 늘어나면서 야산 훈련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에 절감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클럽 회원들과 강동의 일자산에서 한 번 훈련을 했는데 야산 훈련 때마다 강동까지 가기에는 너무 소모적인 일이었다. 그러다 후배 녀석이 했던 말도 생각이 났고 본격적으로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보고 오늘 본격적으로 찾아나섰다.

작년에 집에서부터 런을 출발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었었다. 물론 제법 오래 달려야 동네를 벗어 날 수 있고 한적한 곳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지만 후반에는 다시 외딴 동네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남들 시선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코스이기는 하지만 차를 몰고 안양천까지 가서 달리는 불편함과 시간적 낭비를 생각하면 매우 흡족한 코스였다. 거리도 10km에서 20km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곳이라 겨울이 오기 전에 여러 번 뛰었던 코스였다. 근데 이 코스 중간(서부트럭터미널 뒷편) 어디쯤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있는 모양이었다.

막상 가보니 야산은 있어도 입구나 등산로가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차를 몰고 30여 분을 헤매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찾기로 했다. 산쪽으로 향하는 좁은 길을 따라 걸으니 막힌 듯 한 길이 다시 넓어지더니 반대편 마을이 나오고 말았다. 이 길이 아니구나 싶었는데 저쪽 어디선가 약수터 같은 것이 보여서 그쪽으로 갔더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그렇게 찾은 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자산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오늘부터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산을 달려보기로 했다. 바람까지 강해서 입이 꽁꽁 얼었지만 그래도 코스가 워낙 다양하고 아기자기해서 길들을 익히는 마음으로 가능하면 구석구석을 누비며 뛰었다.

이제 일자산을 필요없게 되었다. 날이 추워서 문제이지 런도 집에서 출발할 수 있는 코스가 있고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트렉 훈련의 최적 장소인 목동 운동장도 있으니 이제 이 지역이 트라이이애슬론 훈련의 사각지대가 아니라 오히려 매카로 불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런 코스와 야산 훈련은 노력하면 찾을 수 있다고 해도 400m 트렉을 가진 훈련 장소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역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찾은 산 이름은 모르겠다. 그러나 산 주변이 온통 주택지들이라 엄청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찾고 있었다. 물론 등산복으로 완전무장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곳곳에 생태관찰시설이 있어서 봄이 오면 각종 들꽃들도 감상할 수 있을 듯 싶다. 지금은 짚으로 잘 덮여 있는 들꽃 조성지에 꽃 이름이 적힌 푯말이 친전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필요없지만 곳곳에 운동기구들도 많았다.

이제 런 훈련할 곳이 없어 불편하다는 핑계는 정말 못하게 되었다. 산까지 있고 목동운동장까지 있으니까 말이다. 뛰면서 물백을 메고 뛰었는데 호수가 얼어서 물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옷을 벗는데 윗옷 등과 허리에 땀이 베어나와 얼음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열심히 운동한 증거인 듯 싶어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기분 좋은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아침에 수영 기록이 매우 좋게 나왔다. 강습 전에 1km 자유 수영을 했는데 기록이 19분 17초. 예전 기록이야 워낙 허접해서 비교할 필요도 없고 최근 1km 자유 수영 기록은 정확하게 확인한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기록 중에 최고의 기록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전 최고 기록은 1.5km 기준으로 29분 50초였다. 비록 1.5km가 아닌 1km 기록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매우 양호한 기록이다. 마침 아침에 나처럼 일찍 나와서 수영하는 분이 계신데 오늘따라 내 바로 뒤에 붙어서 수영하길래 좀더 빡시게 했던 것이 좋은 기록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아침마다 합의해서 몇 백 미터씩 서로 끌어주면서 스피드 훈련을 함께 하자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제 1km 19분을 목표로 수영 연습을 해야 겠다. 앗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