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로라를 탄다탄다 하면서 올해도 결국 한 번도 타지 않고 봄이 와버렸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입이 열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말해봐야 다 변명이다. 그래도 변명을 조금 하자면^^* 집이 좁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로라에 걸어둘 공간만 있었어도 종종 올라타서 페달을 돌리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매번 로라를 접고 피고 자전거를 거치하고 다시 내리고 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며 혼자서 고정식 로라에 자전거를 걸다 보면 자전거에 상처도 잘 난다. 아무튼 그래도 한 번도 안 탄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봄이 왔으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타면 된다(이 무슨 뱃장인지). 3월 6일에 한강 둔치(고수부지는 일본식 한자 표기이며 바른 표기는 둔치라고 한다)에 끌고 나갔다가 가랑이가 뽀사지는 줄 알았던 통증이 있었고 이후 동아마라톤에 대비해서 몸관리를 한다고 사이클을 타지 않다가 동아마라톤이 끝나고서는 역시 산후조리(?)를 한다고 안 타다가 24시간 마라톤 때문에 또 못타고(참 핑계 많다^^;;).

어제가 4월 1일이었다. 새로운 결심을 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봄이고 1일이고 토요일이고. 그러나 하루종일 비가 오는 바람에 사이클은 고사하고 런도 할 수가 없었다. 어제 확인한 일기예보로는 오늘 오전부터 비가 그친다고 했기에 오늘 오후에는 기필코 사이클을 타리라 다짐했다. 오늘도 안 타면 정말 사람도 아니었다.

아침 9시경 밖을 보니 비는 멈추었지만 아스팔트가 젖어있었다.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미끄러운 것도 미끄러운 것이지만 라이딩 후에 사이클 청소할 것을 생각하니 라이딩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슬슬 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10시가 넘으니 동네 골목의 아스팔트는 제법 말라가고 있었다. 더 이상 핑계거리도 없거니와 이래도 안 타면 남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클럽에 번개를 때렸는데 답글을 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올 사람 없으니 장소를 분원리에서 강화도로 변경할까도 싶었다. 사실 분원리로 결정한 것도 클럽에서 함께 운동할 사람이 있다면 그를 위한 배려(?)였기 때문이다. 집에서 분원리까지 가는 길은 올림픽대로 끝에서 끝을 달린 후에도 다시 20여 분을 더 가야만 한다. 우리 집에서 올림픽대로까지 나가는 시간도 최소한 20분은 걸린다. 이래저래 길바닥에 까는 시간이면 가까운 곳에서 라이딩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래도 클럽에 남긴 번개이니 누군가 오든 안 오든 약속은 지키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듯 싶었다.

분원리에 도착한 시간은 1시 25분. 역시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라이딩 준비를 하는데 하도 오래간만에 하는 일이라 손이 뒤죽박죽이었다. 펌프도 발받침이 풀려서 돌아가 버렸고 바람도 자꾸만 헛들어갔다. 알고 보니 펌프에도 바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여주는 라사가 따로 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을 했는데 뭔가 허전했다. 무엇이 빠졌는지 알아차렸을 때는 1km 가량 달렸을 때였다. 고글.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물건이니 돌아와야 했다.

며칠 전 클럽 S 선배님이 이 구간에서 혼자 라이딩을 하시면서 평속 30km가 나왔다고 자랑을 하셨다. 사실 이 코스에서 평속 30km가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고 알게 모르게 바람도 부는 곳이기 때문이다.

코스야 작년과 재작년 수없이 탔던 곳이니 눈에 훤할 정도로 익숙한 곳이다. 몇 개의 언덕을 넘고 보니 평속이 27km 정도였다. 으음~ 나도 평속 28,9km는 나오겠군 싶었다. 괜히 혼자서 업되어 언덕에서도 열심히 댄싱을 했다. 그러면서 몇 개월 쉬고 나왔는데 이 정도의 실력이면 나도 참 대단하다는 자만심까지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평속은 점점 떨어졌다. 일단 분원리 주차장에서 포리츠피아 못미처 삼거리까지 15km는 잘 달렸다. 평속은 대략 26km가 채 되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만회를 해서 출발지였던 분원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겨우 26km로 올려놓았다. 한 바퀴를 더 돌기 위해 물 한모금 마시도 다시 핸들을 돌렸다. 그러나 초반에 너무 무리했는지 다리가 무거워졌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시속은 뚝 떨어져 버렸다. 다시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평속은 대략 25.6km.

매점에서 연양갱 하나와 홈런볼 하나를 사먹고 다시 출발했다. 돌아가면서 평속을 26km로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돌아오는 길은 정말 다리가 풀렸다고 해야 할 정도로 페달을 돌리기가 힘들었다. 초반에 겁도 없이 댄싱을 했던 것이 다리를 무겁게 한 요인이었다. 맞바람도 심했다. 어쩌면 발이 따라가 주지 않아서 느끼는 상대적인 맞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평속 26km는 고사하고 25km를 지키는 것도 힘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 힘도 없었고 무엇보다 평지에 가까운 곳에서도 페달링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로지 힘으로만 타는 상황이었다. 겨우내 로라라도 좀 탔다면 페달링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지난 겨울이 다시 아쉬웠다. 그래도 지지난 주에 한강에서 탔을 때는 고통스럽다고 할만큼 가랑이가 아팠는데 오늘은 그 정도의 고통은 없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두 번만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는 징조였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 평속이 24.9km까지 떨어졌지만 25km로 올리고 끝내야 겠다는 오기로 마지막에 온 힘을 다해서 페달을 돌렸다. 결국 주차장에 도착할 때 딱 25km를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

의외로 발이 좀 시려웠다. 비가 온 다음이고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위에는 우비에 가까운 윈드브레이크(이것 역시 마라톤 기념품)를 입어서 춥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은 것은 아직 기온이 조금은 낮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퇴촌에서 찐빵 1인분을 샀다. 갯수는 5개, 가격은 2,500원. 올림픽대로도 막히지 않았고 하나하나 찐빵을 먹다 보니 허기도 가셨고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사이클을 내리고 보니 역시 물에 젖었던 모레가 튀어서 뒷쪽이 엉망이었지만 몇 번 더 타고 청소하기로 했다.

이제 야외 라이딩을 시작했으니 열심히 한번 타볼 생각이다. 나도 분원리에서 평속 30km를 목표로. 분원리 두 바퀴를 도는 동안 평속 30km를 유지할 수 있다면 꽤 만족할만한 속도일 것이다. 세탁기를 돌리고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하다. 뭔가 시작했다는 만족감과 주말을 허비하지 않았다는 기쁨. 이것도 중독인가?

***아울러 3월 훈련도 통계를 내보았다.
수영은 강습 3회와 자유수영 7km. 지난 3개월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최악의 훈련량이 아닐 수 없다. 성남 수영장에서 단체 훈련이 흐지부지 되면서 열의가 식은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강습도 3회를 나갔으니 수강료가 아까운 상황이다.

런은 대회 3회, 야외 6회, 실내 1회를 합쳐 267.9km를 뛰어 그동안의 기록 중에 최고의 거리를 뛰었지만 24시간 마라톤에서 뛰었던 154.9km를 제외하면 겨우 100여 키로가 넘는 수준이며 이 역시도 풀코스 대회 한 번과 하프 코스 대회 한 번을 제외하면 형편 없는 수준이다.

사이클은 딱 한 번.-_-;; 시작했다는 의미 이상은 없다. 이제 날 풀렸으니 제대로 한 번 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