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06/화
원래 계획은 철원대회 사전 코스 답사를 겸한 라이딩이었다. 그러나 어제 급하게 마음을 바꾸었다. 약 100km를 타기 위해 차로 몇 시간이 걸리는 철원 고석정까지 가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프로사이클 라이딩에 참여하기로 했다. 프로사이클 라이딩은 처음 참여하는 것이어서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오늘 스케줄로는 가장 좋은 스케줄로 판단되었다.

출발은 6시. 올림픽공원에 주차하고 부지런히 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몇몇은 이지열씨를 따라 다른 코스를 선택했고 2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남은 인원은 프로사이클 사장이 이끄는 라이딩에 참여했다.

코스는 양평을 거쳐 유명산을 올랐다가 반대편으로 내려가서 다시 유명산을 올라와서 역순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대략 100km라고 했다. 유명산은 작년에 한 번 가보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코스가 생각나지 않았고 나중에 라이딩을 마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작년과는 코스가 달랐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진이 출발하고 나는 2진에 속해 있었으나 유명산 입구 못미쳐 합류가 되었다. 그러나 유명산에서 진정한 실력들이 나타났다. 얼마 오르지 않아 실력 있는 선수들의 꼬랑지는 보이지 않았다. 내 뒤에도 다른 선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후미에서 따라가기에 바빴다.

정상에서 실력이 모자라는 선수들은 다시 내려오고 실력이 갖춰진 선수들만 반대편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기로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출발 전에 얼핏 듣기는 했지만 나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끝까지 따라가자는 것이 나의 신조(?)이기 때문이다.

반대편으로 내려가서 다시 유명산으로 오를 때까지도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뒤에서 따라가기 바빴지만 나만 뒤로 밀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하산할 때도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양평에 들어서기 직전부터였다. 의외로 맞바람이 강했다. 아니, 어쩌면 내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열심히 밟아도 맞바람 때문인지 잘 나가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선두는 여기서 꽤 높은 시속으로 달렸다. 일직선으로 잘 따라갔으나 양평 시내에 들어서기 전부터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 뒤에 한 선수가 있었고 내 앞에는 이재호 선배님이 있었다. 이재호 선배님과 내가 다른 선수와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자 내 뒤에 있던 선수가 앞으로 차고 나갔다. 그리고 이재호 선배님과 나는 점점 일행들과 멀어졌다.

물론 양평시내를 통과해서 옛 다리를 건널 때까지도 선두 그룹 선수들과 거리는 50미터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고 신호등에서 한 번 정차를 하면서 선두와는 완전히 멀어졌다. 끝도 보이지 않았고 이후 이재호 선배님과 나는 라이딩 자체가 버거울 정도로 애를 먹었다. 아무튼 둘이 정확한 코스도 모르면서 잘도 돌아왔다. 우의 좋게 서로 돌아가면서 리드를 했다.^^* 선두 일행들은 지명은 모르겠으나 하남인가 어딘가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딩을 마치니 속도계에 대략 105km가 찍혔다.

프로사이클로 돌아온 후 달리기를 했다. 올림픽공원 외각이 정확하게 5KM라고 했는데 이곳을 4바퀴 돌 생각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달리기를 한다고 했는데 달리면서 만나지를 못했다. 나중에 알았던 일이지만 그들은 한강으로 나갔다고 했다.

첫 바퀴는 23분이 나왔다. 발이 무겁지는 않았지만 체력이 소진된 상태여서 걱정을 했는데 기록이 좋았다. 쉬지 않고 두 번째 바퀴를 돌았다. 그러나 기록은 26분으로 떨어졌다. 주자창으로 가서 남은 꿀 한모금과 연양갱을 먹고 물을 마셨다.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을 찾았으나 주변에는 보이지 않았다.

더 달리고 싶지도 않았는데 영준이까지 더 안 뛴다고 했다. 속으로 갈등은 있었으나 20km를 뛰기로 계획했던 일이기에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성산 대회가 이번 주 일요일이고 아이언맨 대회(아이언맨은 아니지만 코스 길이가 같은 대회)가 불과 보름도 남지 않았으니 최소 20km는 달려야 했다.

그러나 다시 코스로 나가면서 갈등이 많았다. 아침도 김밥 두 줄로 해결했고 라이딩 하면서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데 점심도 안 먹고 20km를 뛰면 몸에 무리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달리기를 포기하기에 가장 좋은 핑계였다. 차라리 밥 먹고 저녁에 뛰면 좋을 것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나보다 기록이 좋았던 모든 선수들은 이런 유혹을 뿌리친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면서 달려나갔다.

세 번째 바퀴는 무려 30분이 걸렸다. 23분, 26분, 30분. 다시 물을 마셔야 했다. 정말 무더웠다. 물을 마시고 화단 난간에 잠시 앉았다. 15km면 20km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100km가 넘는 라이딩 직후의 달리기로 양호한 것이 아닌가라는 유혹이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다시 오기가 생겼다. 걷더라도 20km를 채우기로 했다. 마지막 바퀴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그러나 지루함은 커녕 체력이 소진되어 뛸 수가 없었다. 결국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20km를 채운 것이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자신의 결심)을 지켜낸 것이 뿌듯했다.

그러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성산대회는 수영 3km, 사이클 140km, 달리기 30km로 이루어진 중장거리 대회이기 때문이다. 겨우 100km를 넘긴 라이딩 후 20km를 뛰기도 버거운데 어찌 성산대회를 뛸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물을 어찌나 마셨던지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다. 입맛도 없었고 물배가 찼기 때문이다. 홍명식 선배님과 수영까지 하기로 했던 계획은 전화로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성산대회도 과정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성산대회가 끝나고 열흘 후에 있는 '태양의 철인'까지도 과정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대회보다 훌륭한 훈련이 어디 또 있겠는가. 모두 아이언맨대회를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모든 것이 홀가분하고 가벼워졌다. 하기야 뭔 일을 내려던 것도 아니었지만 분명 현재는 준비가 덜 된 것은 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언맨대회 마저도 이렇게 준비없이 나간다면 그것은 자신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언맨대회는 필히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기록이 어찌 되든 결과를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특성 중에 하나가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결과를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니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오늘 라이딩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나에게 중요한 것은 고가의 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설령 고가의 휠을 구입한다고 해도 지금 내 실력으로는 그 성능을 100% 느끼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을 쌓는 일이다. 실력이 있어야 성능 좋은 휠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택도 없는 실력으로 비싼 휠을 장착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실력을 쌓자. 그 다음 장비를 탐하자. 오늘 느낀 점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사우나를 갔다.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비닐을 오려 붙이고 반창고로 튼튼하게 마감을 했다. 그러나 물에 들어가자마자 반창고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운하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려던 것은 물거품이 되었고 샤워만 하고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에는 물이 흔건히 고여버렸다.

같은 방법으로 수영을 하려던 것은 아무래도 없던 일로 해야 될 것 같다. 결국 수영은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중장거리 대회를 나가야 할 상황이다. 상처는 도대체 아물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꽤 오래 갈 것 같다. 아주 좋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이클과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