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사이클을 탔다. 아마 타이어와 휠이 그렇게 얇은 사이클은 난생 처음이었을 것이다. 어릴 때나 중고등학교 때 타보았던 자전거는 사이클과 MTB의 중간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 사이클도 처음이지만 그렇게 비싼 자전거도 처음이다. 내가 산 사이클 가격은 140만원이다. 하지만 오늘 모인 수십 대의 사이클 중에 나의 사이클이 가장 저렴한(?) 사이클이었다. 전반적으로 300만원은 다 넘는 것들을 소유하고 계신 듯 싶었다. 물론 가격에 따라 성능도 다르겠지만 일단 뽀대가 다르다. 만든 회사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에도 비싼 자전거와 싸구려 자전거가 구분될 수 있는 디자인들이었다. 그래도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고 처음에는 60만원대 저렴한 국산 자전거로 시작할 생각까지 했었으니 지금의 자전거도 나에게는 과분한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사실 60만원도 당시에는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아무튼 돈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싶다.

오늘 동호회에서 '시자제'라는 것이 있었다. 한 해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일년 내내 무사고를 비는 '제'였다. 아침부터 서둘러 아직도 흠집 방지를 위해 사이클 프레임에 덮여있던 비닐을 벗기고 차에 실었다. 가까운 곳에 사시는 동호회 회원이신 남기연선배님과 카풀을 하기로 했기에 목동 아파트로 가서 선배님 차량에 사이클 옮기고 출발했다.

시자제 장소였던 퇴촌 포리츠피아는 생각보다 멀었다. 먼저 도착하신 회원님들과 인사하고 잠시 후 시자제가 시작되었다. 고참부터 차례차례 막걸리를 따르고 절을 하고 돼지머리 입에 재물(?)을 바쳤다. 가장 먼저 회장님이 낭독하신 격문은 참으로 명문이었다. 누가 작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사고를 비는 내용과 요즘 세태를 양념으로 첨가한 글이었는데 처음에는 뭐 그렇고 그런 내용이겠거니 싶어서 귀기울이지 않았는데 얼핏 듣다보니 명문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자제가 끝나고 음복을 하고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선배님들이 안장의 높이도 조절해 주고 헬맷도 빌려주고 기어를 변속하는 요령과 기본적인 자세를 설명해 주셨다. 시자제가 열렸던 퇴촌 포리츠피아 마당을 몇 바퀴 돌고 동호회 회원들을 따라 도로로 나갔다. 국도를 달리는 차량들 때문에 걱정도 했지만 뒤에서 회원 차량이 에스코트하고 있어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처음 사이클 타는 초보였던 나와 차현순님 덕분에 앞서가던 선배님들은 어느 새 보이지 않았고 한정석선배님만이 우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시면서 코치를 해주셨다. 무릎을 모아라, 팔에 너무 힘을 주고 쭉 펴지 말고 부드럽게 편한 자세를 취해라 등등... 언덕, 평지, 내리막의 변화에 따라 기어를 변속하도록 일일이 코치를 해주셨다. 우리를 에스코트하던 차량의 회원님도 마주오는 차가 없으면 내 옆으로 와서 조언을 해주시고... 아무튼 자전거는 그냥 페달만 돌리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쉬운 일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말이 맞았다.

대략 왕복 30km를 탔다고 하니 많이 탄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의 언덕은 초보로서 '이것이 언덕이구나'를 깨닫게 해주었다. 기어를 최대한으로 가볍게 했는데도 왜 그렇게 무겁던지. 정상에 도착해서는 어찌나 숨을 몰아쉬었는지 가슴이 막혔다. 허무했던 것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사실이 그리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리막은 그 경사도가 심하면 심할 수록 불안해서 브레이크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갑도 면장갑을 끼었더니 미끄러워서 몸도 자꾸만 앞으로 쏠렸다. 애써 올라간 언덕을 시원하게 내달리는 맛이 없으니 몹시 섭섭했다.

우리가 돌아왔을 때는 사이클 타기를 마친 선배님들은 마라톤을 하거나 사이클을 한 바퀴 더 돌기도 하셨다. 나야 처음 타보는 사이클만으로도 더 이상의 의욕상실이었다. 이 생각 저 생각에 점심도 그리 맛있게 먹지는 못했다.

지금 아픈 곳은 다리가 아니다. 사타구니가 너무 아프다.

그래도 지금 내 책상 옆에 있는 나의 애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흐믓하다. 비싼 놈은 아니지만 많이 아끼고 사랑해줄란다. 나중 생각이야 어떻게 변할 지 모르지만 욕심 없이 이 놈으로 한 5년은 타볼란다. 사이클 사두고 바라만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오늘 하루 타고 나니 이놈이 자꾸만 좋아질라고 한다. 꼭 애완견을 곁에 둔 느낌이라고 할까. 왜 이렇게 이놈이 이쁜지 모르겠다. 이러다 사이클과 사랑에 빠지는 해괴한 일이 벌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