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0/수

일요일(17일) 인천 영종도 왕산해수욕장에서 올림픽 코스 하이서울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열렸다. 토요일 대회장에서 선수 등록과 코스를 답사했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곳이라 숙박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경기 출발이 오전 10시라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는 제대로(?) 된 3종 경기에 출전을 못했던 것 같다. 철원 대회는 수영과 사이클이 취소될 정도로 폭우가 내렸고 O2 대회 역시 경기 당일 짙은 안개와 비가 내렸고 아이언맨 대회는 수영이 취소될 정도로 파도가 높았고 중간중간 폭우도 내렸다. 제주 성산 슈퍼맨 대회는 대회 당일 문제는 없었지만 전날까지 비바람이 대단했었고 약 열흘 후에 열린 태양의 철인 대회도 엄청난 안개와 해무로 인해 수영에서 위험한 순간까지 있었다. 결국 가장 먼저 열렸던 대구 대회만이 정상적인(?) 대회로 진행이 되었었다.

하이서울 대회를 앞두고도 태풍 '산산'이 북상 중이었다. 태풍 경로는 동해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었지만 일기예보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대회 전날 일기예보에 비는 오지 않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올림픽 코스로 열리는 대회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출전한 대회였다. 시즌 개막과 마찮가지였던 대구 대회에 출전해서 2시간 37분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기록으로 완주를 했었는데 시즌 막바지에 과연 어느 정도의 기록이 단축되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림픽 코스 목표인 20분대(29분) 진입이 가능할지도 궁금했었다. 그리고 아이언맨 대회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기 때문에 이대로 시즌을 마감하기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러면서도 아이언맨 대회가 끝나고 3주 간의 기간 동안 훈련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단 이틀만의 훈련이 있었다. 그것도 하루는 대회 이틀 전에 부랴부랴 안양천으로 나가서 사이클 21km와 런 6km를 했고 그 이전 훈련도 사이클 36km와 런 5km가 전부였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개화산역에서 백승철 선배님을 만나서 함께 인천으로 향했다. 신입회원이신 박영근 선배님이 응원단으로 함께 가셨고 백승철 선배님이 3종 경기에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형수님이 동행하셔서 출발 분위기도 좋았다. 대회장에 도착해서도 여유가 있었다. 회원들이 모두 모여서 인사를 나누었고 신입회원이신 박영근 선배님과 선수로 출전한 정발 씨와 김혁동 선배님들도 기존 회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수영 출발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이루어졌고 나는 두 번째 그룹에서 출발했다. 이번에도 레인을 따라 수영하는 것이 목표였다. 정방향으로 수영을 못하는 나에게는 몸싸움이 없다고는 해도 방향 수정을 자주 해야 하는 것보다는 몸싸움을 감수하더라도 최단거리인 레인을 따라 수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출발 50분 전에 옥시샷을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호흡이 너무 가빴다. O2 대회와는 다르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출발 후 그리 오래지 않아 로프를 만났고 이제부터 죽자사자 로프만 따라서 수영하면 되었다. 그러나 서해의 물이 워낙 탁해서 로프에서 조금만 밀려도 로프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몸싸움은 변함이 없었으나 다행인 것은 O2 대회와는 다르게 다른 선수에게 얻어맞지는 않았다. 나중에 경기 결과를 살펴보니 참가 신청 선수 400여 명 중에 실제 출전한 선수는 275명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했으니 몸싸움이 치열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얻어맞지만 않았을 뿐 자리다툼은 여느 대회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물도 많이 먹었다. 호흡이 트여야 자리다툼에서도 밀리지 않을텐데 호흡이 한 번만 걸러도 숨이 차서 너무 힘들었다. 너무 레인에 붙어서 수영을 하다 보니 턴을 할 때도 항상 물을 먹었다. 턴 지점의 대형 풍선 밑으로 빨려들어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보다 앞서 출발한 빨간 수모 선수들을 추월하는 것이 즐거웠다. 예전에는 나보다 누가 앞서는지, 내가 다른 선수를 추월하고 있는지 구분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주변 선수들 상황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면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조금은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몸싸움을 한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는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리다툼이 있다고는 해도 O2 대회에 비하면 편안하게(?) 수영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맞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첫 회전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와서 측정용 메트를 통과 후에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예전에는 첫 회전을 마치면 선수들이 실력대로 정렬되어 편안하게 수영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이상하게 두 번째 회전에서도 몸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영을 마칠 때가지 다른 선수를 조금씩 추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내 기록이 탁월한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예전과는 다르게 로프에 붙어서 수영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수영에 대한 기본적인 두려움은 여전했다. 수영 출발 전에도 긴장감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담감이 너무 큰 심리적 압박이 있었고 수영을 하면서도 이렇게 힘든 수영을 계속 해야 한다면 과연 3종 경기를 계속 출전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수영을 하는 순간에는 정말 이 대회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었다. 다음 대회에서도 이렇게 힘든 수영을 또 해야 한다는 자체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 번째 회전을 마치고 나오면서 시계를 확인하니 29분이었다. 50m 1분주를 넘기지 않은 것이니 매우 만족스런 결과였다. 그러면서도 얼른 수영 실력을 향상시켜서 좀더 편안하게 혼자서(?) 수영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에서 바꿈터까지는 워낙 멀었다. 2,300m는 족히 되는 거리였다. 바다에서 나오자마자 그 거리를 뛰어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꿈터로 들어설 때 바로 옆 형식이가 사이클을 몰고 나가고 있었다. 슈트를 벗고 물로 발을 씻은 후 복장을 갖추고 출발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장갑은 끼지 않았다.

사이클 코스는 거의 평지였다. 후반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었지만 평지로 봐도 무관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맞바람이 심했다. 시속 27km를 유지하기에 급급했다.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는 다행히 40km 이상이 넘고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46km를 넘나들기도 했다. 2회전으로 되어 있는 사이클 코스의 첫 회전을 마치고 다시 출발 할 때 대략 비슷한 실력의 선수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드래프팅을 시작했다. 지금은 번호도 기억나지 않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이 돌아가며 끌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다른 선수 한 명도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 선수는 끝까지 앞에 나서지 않았다. 심판 걱정도 없었다. 라이트를 켠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심판은 거의 직선으로 이루어진 코스에서 분별이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멀리서 라이트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면 대열을 흐트렸다가 다시 모이는 얄미운 짓을 했고 내가 뒤에 붙어 갈 때는 가끔씩 뒤도 돌아보곤 했다. 사실 앞에서 오는 심판보다 뒤에서 따라오는 심판을 더 주위해야 했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고 오토바이 불빛이 보이지 않으면 마음 놓고 몇 분은 드래프팅을 해도 될 정도로 주로는 거의 직선으로 이루어졌었다.

물론 드래프팅은 반칙이다. 이런 반칙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반복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지만 워낙 맞바람이 강해서 그런 것에 연연할 상황도 아니었다. 마지막 턴을 할 때 나보다 조금 앞선 홍순영이 보였는데 턴을 한 후에는 꼬리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버렸다. 아마도 마지막 스퍼트를 한 모양이었다. 돌아오면서는 나도 스퍼트를 하기 위해 드래프팅 대열을 버리고 열심히 페달을 돌렸다. 그러나 바꿈터에 도착할 때 보니 그들도 내 뒤에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이어진 런은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조금 오바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10km 코스이니 처음부터 스퍼트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5km까지는 지나친 무리는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3km 지점을 통과하면서 시계를 확인하니 12분이 지나고 있었다. 거리 표시가 맞다면 4분주로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다른 대회에서는 나보다 늦었던 몇몇 선수들이 나를 추월해 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열심히들 훈련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반환점을 돌고 1km 정도가 지난 후부터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 속도를 높였지만 어느 정도의 속도가 유지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없었고 거리 표시도 일정하지 않아서 속도를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전반에는 나를 추월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지만 반환점을 돈 후부터는 추월당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모두들 마지막 스퍼트를 해서인지 앞 선수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골인 지점을 대략 1km 앞두고 시계를 확인하니 2시간 29분 목표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20분대 진입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보폭도 더욱 넓히고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해변을 앞두고 바꿈터를 돌아가야 하는 코스였다. 생각보다 코스가 좀 더 길어진 것이다. 불안했지만 일단 달렸다. 그리고 백사장으로 이어지면서 골인 지점을 20여 미터를 앞두게 되었고 시계를 다시 확인하니 30분을 불과 30여 초 남기고 있었다.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워낙 아슬아슬해서 혹시 내 시계가 주최측 타이머와 차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2시간 29분대에 골인을 했다. 후에 공식 기록은 내 시계와 거의 일치한 2시간 29분 38초였다.

이렇게 올해 마지막 대회를 목표 달성과 함께 마칠 수 있었다. 2주 후에 울진 대회가 있지만 고민 끝에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남은 2주 동안 훈련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매우 기쁜 대회였다. 그리고 대회에 참석한 클럽 대부분의 선수들이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듯 싶었다. 홍명식 선배님이 변함 없는 기량으로 40대 전반부 1위를 하셨고 차현순 선수 역시 여자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백승철 선배님도 부족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2시간 51분으로 골인해서 오히려 예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40대 전반부 입상자들 기록은 2시간 18분에서 20분 사이였다. 나와는 10여 분 차이. 사실 그 안에 많은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입상 한번 해보는 것이 바람이었는데 이루지 못하고 마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입상을 꿈꾸기에는 나의 훈련이 너무 치열하지 못했고 기록도 형편이 없었다. 시즌을 마감하는 마지막 대회에서 겨우 29분의 기록을 달성했으니 더 할말이 뭐가 있겠는가. 올림픽코스에서 10여 분은 아이언맨 대회에선 1시간 이상의 차이를 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시즌은 끝났다. 시원섭섭하다. 남은 챌리지컵에 열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