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08/목
내일 저녁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떠난다. 고민이 많았다. 수영을 언제 했는지 기억이 없는 것도 문제고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장시간의 수영을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라는 고민. 차라리 주최측에 양해를 구하고 완주증은 필요 없으니 수영을 제외한 사이클과 런만 참여를 할까도 생각했다.

어제 남긴 글처럼 처음 다쳤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상처 부위는 많이 축소된 듯 싶었다. 부지런히 약을 바르면 빨리 완치 되겠지, 라는 희망으로 열심히 약을 발랐다. 그러나 표면의 노란 농 같은 것이 정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제법 두툼한 듯도 싶고 표면에서 이물질처럼 붙어서 약간씩 밀려다니는 듯도 싶어서 소독한 가위로 제거를 해보려고 건드리면 의외로 물컹하기는 해도 전혀 떼어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 제주로 떠나니 가기 전에 병원을 한 번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았다. 병원 문 닫는 시간인 오후 6시가 다 되어서 다친 날 갔던 병원을 다시 찾아 가서 상처를 보여드렸다. 별 생각 없이, 제주에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의사의 소견이나 들어보려는 마음이었는데 의사는 상처를 보자마자 매우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열흘이면 상처가 거의 낫어야 했으며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치고 지금의 상처가 매우 나쁜 상태라고 했다.

문제는 바로 그 노란 이물질이었다. 그것이 있으면 절대 상처가 아물지 않으며 그 노란 이물질이 점점 피부 속으로 파고 들어서 상처가 오히려 깊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떼어내야 한다고 했다. 내 눈에는 살짝 걷어내면 될 듯 보였기에 아무 생각없이 떼어주세요, 라고 말했더니 그렇게 쉽게 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칼로 도려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상처는 현재 세 곳이다. 팔꿈치와 가운데 손가락, 무릎 측면이다. 모두 왼쪽이며 가장 넓은 부위는 팔꿈치로 현재 500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며 무릎 옆은 직경이 1센티 정도로 비교적 작다. 손가락은 가장 작아서 갈라진 곳이 입을 벌리고 있는 느낌이 드는 정도지만 깊이는 가장 깊다. 첫 날 의사가 꿰맬지를 고민했던 부위다.

상처 세 곳이 동일한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의사는 당장 떼어내는 것보다 천천히 치료를 하려고 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내일 제주로 가서 보름 후에나 서울로 돌아온다고 했더니 그럼 떼어내자고 하셨다. 일단 무릎 부위부터 시작했다.

허거걱!!! 근데 이물질 처럼 물컹 거리기만 해보이던 그 놈은 거의 내 피부였다. 맨 살을 찢어내는 것과 같은 통증이었다. 그래도 얼른 나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이를 악물고 참았다. 다행히 부위가 작아서 그랬는지 금방 끝났다. 노란 이물질을 제거한 피부는 처음 다쳤을 때와 비슷해 보였다. 땀구멍 같은 미세한 구멍들에서 피가 흘렀다. 의사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며 다친 부위가 이 상태를 유지해야 된다고 했다.

이제 팔꿈치 차례였다. 간호사가 접은 내 팔을 잡고 있었고 나는 책상에 엎드려 이를 악물고 있었다. 피부에서 뭔가가 찢겨져 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쉽게 끝나지 않았다. 상처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고개를 책상에 묻고 아직 멀었는지만 물었다. 4분의 1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참자. 의사는 그래도 젊은 양반이라 잘 참는다며 신기해 했다. 빨리 수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참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운동도 병이란다.

사실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수영을 하기 위해서라면 더 아픈 고통도 참았을 것이다. 노란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된 팔꿈치는 붉은 속살이 드러난 채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마음은 무척 개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손가락. 다른 부위와 상처 모양이 달랐는데 의사는 이것도 파내야 한다고 했다. 손가락 상처는 매우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파내지 않으면 이 이물질이 뼈까지 파고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아마도 다친 피부가 아물 때처럼 이 놈도 계속 번식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책상에 올리고 머리는 역시 오른쪽 팔 속에 묻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많이 아픈거 알거든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래도 잘 참으시네요, 그렇게 위로를 했다. 그러나 욱욱 하면서 참고 있었지만 너무 아파서 몸을 비틀다가 내 의자가 뒤로 밀리면서 뒤에서 내 팔을 잡고 있던 간호사 발가락을 내 의자 바퀴가 밟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아픈 것을 참고 있는지 알고 있던 간호사는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나처럼 몸만 비틀고 있었다.

세 곳에서 떼어낸 이물질이 스테인레스 용기에 담겨져 있었다. 내 피부 속에 그것이 있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역겹고 불결해 보이는 물질이었다. 정말 아팠지만 마음은 너무 개운했다. 마치 내 몸 속에서 번식하고 있던 에어리언을 제거한 느낌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그 노란 이물질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사도 정확하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 내 생활을 지켜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샤워를 했는지 물었는데 세 번 정도 샤워를 했지만 아주 잠깐 물이 묻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 이런 이물질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았다.

나는 3종경기를 하고 있고 일요일 대회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도저히 안 할 수 없는 대회라고. 의사는 상처가 이런데도 꼭 수영을 해야 겠냐고 물었다. 나도 웃기는 놈이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하란다. 대신 나와서 식염수로 깨끗하게 씻어내고(문지르지 말고) 연고를 바르라고 했다. 그리고 제주에서 병원에 한 번 더 가라고 했다.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 의사의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의사의 말대로라면 관리만 잘 했으면 열흘이면 상처는 어느 정도 낫어야 했다. 나는 복합마데카솔만 열심히 바르면 빨리 낫는 줄 알고 그것만 부지런히 발랐더니 아주 나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엇그제 누군가에게 들은 민간요법(?)에 대해 의사의 소견을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알려준 방법은 다친 후 2,3일만 연고를 바르고 그 다음에는 무조건 선풍기 바람을 쐬어주라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선수들이 다치면 며칠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하루종일 선풍기 바람만 쐬기도 한다고 했다. 상처를 빨리 건조시켜서 딱지를 빨리 앉히는 방법이란 것이다.

조심스럽게 의사에게 그 방법을 물었더니 의외로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했다. 물론 딱지가 앉으면 완치가 된 후에 피부에 상처(흔적)가 남기도 하지만 딱지는 상처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막이기 때문에 완치 후 피부에 남는 흔적보다는 빨리 낫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시도해도 나쁘지 않다는 뉘앙스의 소견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앞 둔 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의사는 약간의 고민을 한 후에 '돈을 좀 쓰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연고를 추천했다. 15g에 불과한 연고의 가격은 무려 3만 8천원. 돈을 벌기 위한 권유는 분명 아니라고 판단되었고 상처가 빨리 아물기 위해서라면 사실 그보다 더 비싼 연고라고 해도 바르고 싶은 심정이었기에 기꺼이 연고를 구입했다.

복합마데카솔만 잘 바르면 되는 줄 알고 있었던 자신이 한심했다. 중간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회스럽지만 오늘이라도 병원을 찾은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그대로 제주로 내려갔다면 11일 대회는 고사하고 아마 21일 대회가 다가올 때도 상처는 진전이 없었을 것이다.

상처는 처음 다쳤을 때처럼 되어 버렸고 앞으로 어찌 진전이 될지도 모르지만 느낌은 좋다. 그 더러운 것을 떼어냈으니 이제 관리만 잘하면 상처는 빨리 아물 것이다. 꼭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핏빛 진물이 흐리고 있는 뻘건 속살이 왜 이렇게 이쁘게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내 발 밑에서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