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8/월

약 한 달 전에 16km 대회에 참석했었지만 완주 메달도 없는 축제 형식의 대회였다. 물론 그 대회 역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대회 자체를 훈련하는 마음으로 참석했었다. 그리고 어제 월드컵 공원에서 하프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정식으로 대회 신청을 하고(물론 기념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참석했던 대회였다. 그러나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 대회를 훈련으로 생각하며 뛰었다.

그래도 대회는 대회다. 훈련으로 21km를 뛴다면 아마도 지금 현재로서는 1km/6분보다 빨리 달리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못 뛰어도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 특별한 목표가 없었지만 그래도 2시간은 너무 늦지 않냐는 생각은 어찌 보면 오기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싶다.

페이스 메이커를 보니 1시간 45분과 2시간이 보였다. 1시간 50분 페이스 메이커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1시간 45분은 너무 빠르고 2시간을 따라 뛰기에는 아쉬웠다. 결국 1시간 45분을 따라 뛰기로 했다. 뛰다가 퍼지면 걷을 생각이었다. 훈련으로 참석한 대회니 그리 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출발하고 1km도 지나지 않아서 페이스 메이커가 멀어지고 있었다. 따라갈 수도 있었지만 분명 후반에 퍼질 것이 뻔했다. 이미 초반부터 1km/5분 30초를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3km 지점에서 뒤쪽의 1시간 45분 페이스 메이커도 나를 앞질러 갔다. 이제는 다 포기하고 내 페이스대로 뛰는 수밖에. 날이 흐려서 뛰기도 좋았는데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니 발이 너무 무거웠다. 그래도 대략 5분 15~20초주를 유지한 듯.

반환점은 54분 57초 정도에 돌았다. 턴을 하면서 스퍼트를 시작했는데 너무 이른 스퍼트였다. 14~15km까지는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며 추월의 연속이었는데 이후부터는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나머지 5km 동안 나는 한두 명을 추월한 반면 끊임없이 다른 선수들이 나를 앞질러갔다.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이를 악물고 뛰었다. '대회가 아니고 훈련이다! 대회가 아니고 훈련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뛸 수 있는 힘이 생긴 듯.

마지막 월드컵 공원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은 걷지 않고 오른 것이 대견할 뿐이다. 골인 지점에 다다라서도 여전히 추월만 당하고 있었다. 기록은 1시간 53분 54초. 반환점을 돈 이후 거의 6분주로 달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실 마지막 5km에서 기록을 다 까먹었으니 후반에는 아마 6분주가 훨씬 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훈련도 없이 제법 잘 달렸다. 이제 다음 계획을 세워야겠다. 기록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 대회에 대한 계획말이다. 역시 대회를 나가야 훈련도 꾸준히 하게 되고 기록도 좋아진다. 이제 풀코스를 도전할까보다. 아니면 하프를 한 번 더 뛰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