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안 해도 봄에 열리는 동아마라톤은 연례행사처럼 참석한다.
올해는 3월 28일이 대회일이다.
물론 겨우내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다. 전혀는 아니고 2월에 주민센터 헬스장에 등록해서 30분씩 몇 번은 달렸다.
그것도 시속 8km에서 10km 정도였으니 거리는 5km가 안 된다는 계산이다.

2월 28일 일산에서 고양국제마라톤이 열렸다.
클럽에서 단체로 참가하는 대회였다.
일단 동아마라톤을 한 달 앞두고 적당한 대회였다.
그러나 작년 동아마라톤 이후 열심히 놀다가 2월에 런닝머신 몇 번 달린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뛰기로 했다.
힘들어도 일단 완주만 한다면 동아마라톤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출발은 9시였다.
목표는 4시간 30분.
최악의 경우 제한시간인 5시간 완주.^^
출발부터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스를 따라갔다.
혁동 형, 동은 형, 광호가 함께 붙었다.
그러나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은 형과 광호는 앞서나갔다.

30km를 지나면서 컨디션이 좋으면 페이스메이커를 추월할 야무진^^ 생각이었다.
10km를 지나도 몸에 무리가 없었기에 겁도 없이 그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작년 동아마라톤 이후 훈련이 전무했으니 10km는 1년 만에 뛰어보는 거리나 매 한가지.ㅋㅋㅋㅋ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으음... 역시 난 천재야!ㅋㅋㅋㅋㅋ
근데 페이스메이커 스타일이 절대 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보통 4시간 30분을 전후하는 페이스메이커는 보급소에서 수분을 보충하며 잠깐 쉬는데,
우리 페이스메이커는 보급소에서 컵을 낚아채서 뛰면서 마셨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쉴 수가 없었다.
페이스메이커 놓치면 다시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반환점이(20km 조금 못 미치는 지점) 다가오면서 서서히 하체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 잘 넘겼다.
하지만 이후 급속도로 다리가 무거워졌다.
25km 지점을 지나는데 남은 거리가 아찔할 정도였다.
몸에서 느끼는 부하는 25km가 아니라 35km는 달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28km 지점부터 조금씩 털리기 시작했다.
혁동 형은 초반부터 엄살이더니 그대로 잘 따라갔다.
결국 나는 뒤쳐지고 혁동 형은 멀어지고... 아~ 그 순간은 혁동 형이 참 부러웠다.
이후 1km가 10km 같았다.
정말 후송 차량이 뒤따라왔다면 주저하지 않고 탑승했을 것이다.
남은 거리가 10km가 훌쩍 넘는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완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암튼 이후 1km 뛰고 100m 정도를 뛰며 버텨냈다.
후방 어딘가에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얼마나 준비가 소홀했는지 시계도 차고 가지 않았다.
출발하고서야 시계를 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그냥 페이스메이커만 따라가자고 생각했는데,
페이스메이커를 놓친 다음부턴 도저히 시간에 대한 감이 없었다.
중간에 전경에도 시간을 묻고 해병대전우회 아저씨에게도 시간을 물었다.
9시 3~4분 가량에 출발했으니 현재 시간만으로도 대충의 기록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암튼 지옥 같은 레이스였다.
지긋지긋했다.
왜 그렇게 거리는 안 줄어드는지.
1km 마다 거리 이정표가 있었는데 뛰고 뛰어도 다음 이정표는 나오지 않았다.
암튼 겨우겨우 4시간 36분 31초에 완주할 수 있었다.
다행히 끝까지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에게는 잡히지 않았다.

남은 한 달을 어찌 훈련해야 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도 없다.
일단 대회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는데... 변기에 앉기고 힘들다.-.-
계단이 너무 무섭다.

3시간 25분대의 기록이 꿈만 같다.
과연 내가 그런 기록으로 달린 날이 있었던 것인지 믿기지가 않는다.


*사진은 레이스 초반이라 아직 팔팔할 때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