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거짓말

야경을 촬영하기에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쿠알라룸푸르를 찾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촬영한다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너무도 흔한 사진이 되었으니 결국 잘 찍어야 본전이다.

촬영 후 분수대 난간에 앉아
더 깊어지는 야경을 감상하다가
방글라데시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
젊은 부부는 연락처까지 적어주며
방글라데시에 오면 꼭 들르라고 했다.

부부도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있었지만
사양도 좋지 않았고 매우 구형이었다.
내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자신들의 사진과 자꾸만 비교하더니
카메라 가격을 물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카메라 가격을 묻는 경우는 흔하다.
물론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보통의 경우는 ‘그리 비싸지 않다’는 말로 대답을 회피한다.
한 달 수입이 몇 만원에 불과한 그들에게
비싼 카메라는 자칫 상실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가난하다고는 해도
말레이시아까지 여행을 올 정도였다면
최악(?)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가격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계산기에 찍힌 금액을 본 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중에 알았다.
환율을 계산하며 나누기를 했어야 했는데,
곱하기를 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는 헤어진 다음이었다.

머리가 나쁜 탓에
괜한 사람에게까지 상실감을 심어준 것이다.
나를 ‘뻥’이 심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면 차라리 다행이리라.

글과 사진 박동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