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4천만년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



우포늪에 가면 삶이 깊어진다.

1억 4천만년이라는 세월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 늪지다.

늪은 물도 아니고 땅도 아니다.

느리기는 하지만 호수에서 서서히 땅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빙하기의 절정 때는 지구의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았다고 한다.

당연히 당시의 남해 바다는 낙동강 하구에서 60㎞나 떨어져 있었으며

낙동강과 우포늪은 폭이 좁은 골짜기였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6천 년 전에서야 현재의 높이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재 우포늪은 낙동강에서 7㎞ 가량 떨어져 있다.

화왕산에서 시작한 토평천이 이 늪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낙동강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이 일대는 늘 물이 고여 있는 늪이다.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연꽃 등이 군락을 이루고 철마다 철새들이 날아든다.



우포늪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역시 물안개가 피어나는 새벽이다.

대지를 붉고 노랗게 물들이며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과,

새벽부터 물질을 하는 어부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조용히 시작되는 새벽이지만 제법 큰 울림을 간직한 곳이 바로 우포높이다.

물론 물안개를 만날 확률은 봄보다 가을이 높다.

어부 또한 출사를 온 동호인들을 위해 출연(?) 중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늪의 초목이 가장 아름다운 초록을 간직하는 때는 5월이다.

그리고 늪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어업 허가는 중지되어 있지만

예전부터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던 몇몇 어부에게는 여전히 이곳이 삶의 터전이다.

1억 4천만년의 세월을 간직한 늪에서 70평생을 살아가는 어부.

삶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글과 사진 박동식